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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4월 12일.
서울에 사는 한 평범한 50대 남성의 자살이 언론에 크게 화제가 됐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가 늘상 따라붙던 한국사회에서 개인적으로는
참 많이 슬픈 뉴스였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50대 가장의 자살이 당시 포털 검색순위 상위를 차지할 
만큼의 중요한 사건이었는지는 그래서 저에게는 그의 사연이 너무나 궁금했었습니다. 

[◆ 서울 50대男 권총 자살 "밀수 총기 가능성"
연합뉴스 기사전송 2013-04-12. - h ttp://news.nate.com/view/20130412n13434?mid=n0402

미제 22구경 사용 "군경서 유출된 적 없어"…경찰, 대공 용의점 등 수사 
오씨가 사용한 권총은 미국 제닝스사가 1989~90년에 제작한 22구경 모델 J-22로 
민간인인 오씨 신분상 정상 경로를 통해서는 소지할 수 없는 것이다. 경찰은 총기 일련번호를 
확인한 결과 이 총기가 경찰이나 민간에서 보유·관리하는 것은 아니며 경찰이 사용하는 22구경 
권총과도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군에 문의한 결과 군에서 유출된 총기도 아니라고 
한다"며 "밀수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총기사고인 만큼 군과 합동으로 입수 경위와 대공 용의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 사회의 50대 가장이 <권총>으로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개인의 총기소지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쉽지 않은 자살입니다. ... 기사를 읽고 나서야
'오씨'라는 50대 남자의 자살이 왜 검색순위 상위를 차지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3년 전부터 아내와 별거 중이었던 50대 남성 <'오씨'> ... 그 남자 '오씨'는 
자살 전날 가정법원에서 이혼판결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과 경찰, 언론 등에서는 
권총의 입수경위에 더 많은 관심을 갖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 소멸 되었는데 기사내용의 대부분은 
"왜?"라는 질문보다 도대체 "권총은 어디서 탄생했느냐"가 중요해진 것입니다. ... 그래서 어쩌면, 
50대 남자의 뇌를 관통한건 총알이 아니라 제도에 대한 공동체의 염려(念慮)일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50년이라는 삶의 무게가 <3년의 별거와 이혼판결>이라는 단말마 같은 짧은 기사 한 줄로 요약되고,
대신 <권총의 입수경위>에 모든 걸 양보했던 그 남자 "오씨!" ... 그나마 익명으로 전환되던 찰나에
"오씨" 라는 성(姓) 하나는 건졌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 어쩌면 소멸된 생명의 본질은 
이후 쇠붙이의 탄생비밀에 경의를 표해야할 지경입니다. 윤회(輪廻)를 믿는다면 다음 생에 "오씨"는 
반드시 권총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결심했을 것입니다. 

[◆ 남자는 조건만 허용된다면 1년에 100명의 자기 자녀를 낳게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여자는 아무리 남자가 많고 조건이 허용되어도 1년에 한 명 이상은 낳을 수 없다.
남자는 끝없이 다른 여자를 탐내는데 여자는 한 남자에게 충실하고 의지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의 본능적인 결과일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순결이란 남자에게는 부자연스럽고 
거추장스러운 것이지만 여자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예로부터 여자의 외도는 
남자의 외도에 비해 훨씬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다스려온 것이다. - (쇼펜하우어)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사회에서 특히, 여자에게는 사회가 일종의 <순결강박>을 강요했었다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순결(purity)>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일본계 미국인인 정신과 의사 진 시노다 볼렌(Jean Shinoda Bolen)은 자신의 저서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에서 얘기합니다. ... 고대 아프리카 원주민 문화에서는 여자가 임신을 하면 
아기를 만들기 위해 몸에 피를 담아 둔다고, 그래서 임신과 수유의 기간에는 월경이 멈추는 것이라 
생각했으며, 폐경도 여성이 몸 안에 피를 가두는 것인데 이때에는 아기가 아니라 <지혜>를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굳이 아프리카 원주민 문화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순결>은 <피(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이
분명해보입니다. 한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서는 남성은 처녀막(處女膜)이라는 여성의 처음이자 마지막 
저항을 파괴시켜야 합니다. 고대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피를 담기 위해 피를 쏟아야 하는 
역설적 물리와 관념의 정설이 동시에 일어나는 신비로운 광경인 것입니다. ... 이러한 신비로운 희소성 
때문에 현대사회에서의 순결, 즉 <처녀성(virginity)>은 남성들에게 소유의 대상, 또는 정복의 대상으로서
공간적 개념을 배태(胚胎) 합니다. 공간, 즉 처녀성(virginity)에 장소의 개념이 부여되자 이제 남자들에게
순결한 처녀는 <정복 가능한 땅>으로서 서서히 관념화 되어버린 것입니다. ~ 그리고 이러한 개념들이 
<자본주의>와 만나면서 정복의 야욕은 더욱 더 노골화 됩니다. 

생명의 순수 결정체인 태아와 정신의 결정체인 지혜를 담아두던 처녀성(virginity)이 이제는 상품으로 
전화되어 화폐가치로 측정가능해진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 물론 이러한 생각들은 이미
우리 과거에 진작부터 존재했었습니다. 

[◆ 웨일스의 법들을 보면 배상은 주로 가축으로 계산되고, 아일랜드 법들을 보면 
주로 여자 노예 또는 황소로 계산되었다. 그리고 게르만의 법전에서는 주로 귀금속이 
사용되었다 - 20세기 최고의 고전(古錢. 옛날돈)학자 필립 그리어슨(Philip Grierson)의 
바바리아 법전(Barbarian Law Codes) 연구 中 
<바바리아 법전 (Barbarian Law Codes) : 로마제국 멸망뒤 고트 사람과 프리즐란드 사람, 
프랑크 사람 등 게르만 민족들이 정리한 법전. 훗날 러시아, 아일랜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게까지 전파되어 현지에 그와 비슷한 법전을 낳았음.]

그리어슨의 바바리아 법전 연구내용을 보면 ... 소, 말, 양 같은 가축절도나 사기 및 상대방에 대한 
상해 그리고, 개인들간의 채무관계 위반에 대한 부분 등 기타 여러 사회적 문제에 관한 형벌조항이나 
배상조항들이 나옵니다. 그중에서 아일랜드 법의 배상조항에 있는 ‘여자 노예’ 라는 조항이 눈에 띠는데 
이것은 곧 사람(개인)이 하나의 통화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노예제 시대의 일반적 
노예(사람) 개념은 하나의 상품적 의미가 강했지만 ... 바바리아 법전에서는 엄연히 배상조항의 
한 항목으로서 상품 보다는 ‘화폐적‘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굳이 바바리아 법전같은 오래된 고대역사를 들추지 않고도 프랑스의 인류학자 
장클로드 갈레이(Jean-Claude Galey)가 동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목격한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여자 노예’와 비슷한 궤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장클로드 갈레이에 따르면 1970년대 까지도
이곳(동부 히말라야 지역)의 하층민들은 <정복당한 사람들>로 불리었다고 합니다. 
수세기전에 현 지주계층의 선조들에게 자신들(하층민)의 조상이 정복을 당했었고, 자신들은 그 후손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 땅도 없고 돈도 없던 하층민들에게 하루를 버티며 사는 것도 힘겨운
일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결혼과 장례라는 큰 행사는 그들(하층민)에게는 매우 부담되는 일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상당히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하층민) 결혼이나 장례 같은 
집안의 대사가 있을 때면 지주에게 돈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으며 ... 그럴때면 상류층(지주) 대부자들은
하층민들의 딸을 담보로 요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합니다. ... 예를 들어, 만약 어느 하층민이 
자신의 외동딸 결혼을 위해 돈을 빌리려 할 때, 딸(신부 본인)은 결혼 첫날밤을 남편과 보내고, 
다음 날 부터는 그 상류층 대부자의 첩으로 수개월을 지내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대부자가 딸에게
싫증을 느끼게 되면, 딸(신부)은 노동자가 많은 가까운 벌목장 같은 곳으로 보내져 매춘부로 1~2년을
생활하면서 아버지의 남은 빚(딸의 결혼비용)을 갚게 되고, 빚이 모두 청산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자신의 남편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 이런 얘기를 듣고나면 누구나 분노나 충격을 느낄겁니다. 그러나 정작 그곳(동부 히말라야)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이 불행하다거나 불공정 하다고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으며, 세상사가
다 그렇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또한 지역의 최고 중재자인 브라만(최고 계급인 승려 계급)
들도 이런 현실에 큰 우려를 표하지는 않았습니다. ... 왜냐하면 대부자의 중에는 브라만 계급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 장클로드 갈레이(Jean-Claude Galey) "

갈레이의 사례가 조금은 극단적 일수는 있겠지만 ... 보다 중요한 것은 바바리아 법전의 
<여자 노예>나, 동부 히말라야 지역 <하층민의 신부>는 모두 한 개인(주체)이 부채(Debt) 
그 자체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부채와 주체의 동질화) ... 그리고 이러한 동질화 현상은
세분화되어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파생되기도 하는데... 성(S ex), 신체(Organ), 명예(Honor) 같은 
것들입니다 ...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사회에는 상당수의 유흥업소 (여성)종사자들이 선불금 이라는
일명 '마이킹' 때문에 자신을 저당 잡혀 사는 경우가 여전히 많이 존재하며, 빚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고, 자신의 신체를 담보로 보험사기를 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 이러한 
개인들의 불안한 관계들은, 곧 자신(주체)과 부채(Debt)를 맞교환 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처녀성(virginity)>의 대표적 상징이었던 10대소녀의 피의 결정(結晶)이 전기신호에 의해 손 안에서
너무나 쉽게 가격이 책정되면서 이제 사회는 인간의 순결이 훼손되는것보다 공동체의 위생에 대한 염려가
더 크게 부각됩니다. ... 앞서 언급했듯 우리 사회가 순결강박을 요구하는 사회로 다시 돌아가자는 뜻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공동체의 위생에 대한 염려를 가볍게 취급하자는 뜻도 아닙니다. ... 자본주의 사회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어떤 사태가 자본과 만난다면 우리에게는 반드시 "뭣이 중헌디?" 라는 물음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오씨"는 성(姓) 하나는 건졌다지만 10대 소녀의 피의 결정은 완벽한 익명으로 전환되어 
공동체의 위생에 대한 염려 속으로 아주 깊게 파묻혀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 (진짜 뭣이 중할까?)





[@ 연휴의 후유증이 생각보다 치명적(?)입니다. 
이슈인분들 모두 편안한 연휴 즐기셨는지요 ~ 더 알찬 글을 위해 
오늘을 짧은 넋두리 하나 던지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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