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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의 옛 연방 철도차량기지에 만들어진 1헥타르(ha) 크기의 거대한 스튜디오에서 
1996년 5월 21일부터 7월 19일까지 한 편의 영화가 촬영되었습니다. ... 그리고 영화는 다음해인 
1997년 1월 22일 뮌헨에서 개봉됩니다.[@ 참고로 영화는 1996년 독일 시나리오 상을 수상했습니다.]

로시니(Rossini, 1997) 

영화 제목 <로시니(Rossini)>는 영화 속 주요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의 어느 레스토랑 이름이며, 
'파올로 로시니' 라는 레스토랑 주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 영화는 레스토랑 <로시니>에서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빚어내는 욕망과 탐욕, 시기와 질투, 비극 등을 풍자합니다. 

성형외과 의사, 파산 직전의 영화 제작자, 발레리라는 중년의 미녀, 열정적인 시인, 
남자를 아주 많이 밝히는 여기자, 알코올 중독자이며 매우 신경질적인 ... 그래서인지 무려 
네 번째 이혼을 앞두고 있는 영화감독, 항상 레스토랑 별실에서만 식사를 하는 염세주의 작가 ... 그리고 
식당 주인과 종업원들 ... 이렇게 레스토랑 <로시니(Rossini)>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저마다 각자의 
세계(Personality)를 소유한 채 로시니를 유일한 개인의 공간으로 점유하며 동시에 공유합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로시니(Rossini)>는 비즈니스 공간이자 자기만의 거실이고 ... 자신을 깊게 숨길수록 
더 환하게 존재감이 드러나는 형용모순의 공간이며,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채로 희비극이 교차하는 
하나의 연극무대와 같습니다. 

올해를 마무리하기 전에 잠시 로시니(Rossini)의 시나리오(도입부분) 한 대목 감상하시죠? 

[◆ 레스토랑 <로시니>. 실내. 밤]

궂은비가 내리는 어느 여름날 저녁. 아홉시에서 열시 사이. 
식당 테이블은 손님들로 거의 빈 자리가 없다. 종업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새로 손님들이 도착하면 주인 파올로 로시니가 단골 좌석으로 그들을 안내한다. 
손님들은 자신들의 테이블로 걸어가면서 다른 손님들과 인사를 나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서로 아는 사이임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테이블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들의 테이블로 다가가 잠시 몇 마디 대화를 나눈다. ... 마치 어떤 
사교 클럽의 모임이 열리고 있는 것처럼 시끄럽고 자유분방하며 친밀한 분위가 
흐른다. ... 초라한 행색의 한 부부가 머뭇거리며 레스토랑으로 들어와 입구에 
멈춰 선다. 로시니가 그들에게 다가간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전면(前面)에
있는 다른 손님들에 의해 계속 가려져 가끔씩만 화면에 등장한다. 

@ 로시니: 예약을 하셨습니까?
@ 라이터: (큰 소리로) 이봐, 닥터! 지기, 도대체 이 약 어떻게 ... 
@ 여자: 저 ... 그게 .... 
@ 라이터: ... 먹는 건지 좀 가르쳐 줘!

닥터 지기 겔버가 함께 온 손님들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 겔버: 죄송하지만, 잠깐 친구한테 ... ...... ........
@ 여자: 전화로 문의했더니 여기서는 예약을 안 받는다고 해서요 .......
@ 발레리: 드디어 왔군요. 보도 크리크니츠! 이제 문을 닫아도 되겠어요!
@ 남자: 그냥 오면 된다고 .... 하길래 ..... ....
@ 겔버: (라이터에게) 아주 간단해. 입에다가 직접 열 방울 정도 떨어뜨리면 돼! 
@ 크리크니츠: 이봐 파올로, 문을 닫지 그래! 
@ 로시니: 누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 샤를로테: (라이터의 테이블로 다가서며) 이봐요, 오스카 .... 그 소문 사실이에요? 
@ 남자: (메모지를 꺼내들고는) 저 .... 미헬레 씨라는 분이 ...
@ 로시니: 그는 여기서 그런 말을 할 위치가 아닌데요.
@ 샤를로테: .... 당신이 ... 경제적으로 아주 큰 곤경에 처했다는 ... 소문 말이에요 ....
@ 라이터: 이봐! 로티(샤를로테의 별칭),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었지? 
사형선고를 받은 사림이 제일 오래 산다는 말도 못 들어봤어요? ... 하 하 하!

오스카 라이터가 약을 몇 방울 마신다. 

@ 로시니: 보시다시피 오늘 저녁에는 빈자리가 없군요. ... 죄송합니다. 
@ 샤를로테: ... 누군가 나보다 먼저 그 기사를 쓰는 일은 없겠지요? ~ 당신이 파산한다면 
난 정말 멋진 기사를 쓸텐데 ... 음, ..... .... <제국이 붕괴하다> ... ..... 어때요? 
@ 라이터: 하지만 로티, 유감스럽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야. 
제국은 무너지지 않아! ... 제국은 다시 부흥할 테니 두고 보라고! 

그가 웃으며 테이블을 내리친다. 

@ 겔버: (발레리에게) ... 발레리, 이게 병원의 내 비밀전화 번호야. 당신이라면 언제든지 시간을 낼게!
@ 여자: 그러면 ... 다음 주 예약은 가능한가요? 
@ 로시니: 저희는 예약을 안 받습니다. 죄송합니다. 

당황한 그 부부가 미처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우 치고이너가 열려 있던 문을 통해 들어와서 
로시니에게 빨랫감이 잔뜩 든 비닐봉지 두 개를 내민다. 

@ 치고이너: 자, 이거 받아! 벌써 다 분류해 놓은 거야. 이쪽 건 속옷, 그리고 이쪽 건 셔츠야.
셔츠는 지금 다림질을 좀 해주면 좋겠어. 다림질할 때 칼라에 풀을 너무 빳빳하게 먹이지는 마! 
알레르기가 재발했거든. 참 내 우편물 도착했겠지? ... 그것 좀 갖다 줘! 

그가 젖은 비옷을 로시니의 팔에 던진다. 
치고이너는 발레리, 크리크니츠, 라이터를 향해 인사를 하고 자신의 테이블로 간다. 

@ 라이터: 우, 이 늙은 사기꾼 친구야 ....... !
@ 여자: (화를 내며) 당신은 선량한 손님들의 가치를 모르시는군요!
@ 로시니: 제가 왜 선량한 손님들을 필요로 하겠습니까? ... 벌써 좋은 친구들이 이렇게 많은데요.
@ 라이터: (큰 소리로) 우, 이쪽으로 와! 혼자 온 거야? 우리 테이블로 오지 그래!

치고이너는 라이터의 테이블을 향해 피곤해서 싫다는 손짓을 한 후 2층으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유리문에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어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 라이터: (크리크니츠와 발레리에게 조용하게 ... ) 결혼 생활이 거의 끝장날 지경이래.
@ 발레리: 저 사람한테는 특별한 일도 아니잖아요.
@ 크리크니츠: 그래? 난 벌써 이혼한 줄 알았는데.
@ 라이터: 물론 이혼했지. 하지만 그건 세 번째였고 아직 네 번째 이혼은 안 했어.

그가 이제 막 별실 안으로 사라진 치고이너를 향해 소리쳤다.

@ 라이터: .... 이봐! 우, 이 친구야! 역경이 닥칠수록 용기를 더 내라고! ... 하 하 하! 

[참고: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 173~177 페이지)/ 
헬무트 디틀,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19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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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의 세계 인구는 75억 명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는 약 97억 명으로 2017년에 비해 22억 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늘 내가 사는 지구에 75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면 사는 방법 또한 75억 개가 될 것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옳게 사는 방법인지 아직 제대로 파악조차 못한 상황에서 사는 방법이 75억 개라면,
어쩌면 개인에게는 <옳게 사는 법>이라는 명제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더불어 세계는 
2018년에도 사는 방법 몇 개를 더 추가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타인의 인생에 침윤(浸潤)하며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꼴도 우습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다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운 좋게 건져 올린 <옳게 사는 법>의 아주 작은 편린(片鱗)이 
바로 <타인의 행복을 빼앗지 않는 삶> 이라 ... 나름 평소의 말과 행동에 신중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누군가는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잠깐이나마 나로 인해 행복을 도둑맞았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나로 인해 혹여 있을 행복을 절도당한 분들에게 2017년 마지막 날에 
조심스럽게 용서를 빌어봅니다.

다양한 게시물이 올라오면 어느새 각자의 생각들과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또 어느새
그 생각들과 감정들은 팝콘처럼 달달한 가벼움으로 ... 때론 사유와 성찰이 깊게 밴 담론으로 변해갑니다. 

익명으로 공명하지만 사람들의 사연은 왠지 낯설지가 않고, 그래서 사연 아래로 이어지는 수많은 
격려와 응원과 부러움, 그리고 비판과 질투 등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극한의 외로움의 표출이며 
사랑받고 싶다는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모두는 모르지만 모두가 서로를 잘 아는, 혹은 모두는 서로를 다 알지만 결국 모두는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이곳을 스쳐가는 인연들은 모두가 서로를 공유하며 동시에 사적 공간으로서의 정체모를
안식을 이곳에서 느낍니다. .... 이렇듯 성찰과 사유와 해학과 풍자 등이 다양하고 맛깔나게 버무려진
이슈인의 이 왁자지껄한 광경들을 16mm 필름에 담는다면 바로 레스토랑 <로시니(Rossini)>가 아닐까를 
생각해봅니다. ... 더불어 운 좋은 날엔 사는 방법 몇 개를 건지기도 합니다.


이곳을 오고가는 모든이들에게 건강과 크나큰 행복이 깃드는 2018년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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