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3권 헝클어진 천하 - 이문열

p 41

조조가 천제의 부름을 받아 이각과 곽사를 물리치고 낙양에 도달한 후, 동소와 허도로 어가를 옮기는 일에 대해 논한 후, 이를 천자에게 아뢰길,

'동도 낙양은 동탁 이래로 황폐해진지 오랩니다...그러나 허도는 노양에 가깝과 성곽과 궁실이며 재물과 곡식이 모두 쓸 만큼 있습니다. 신이 감히 바라건대 허도로 어가를 옮기심이 어떻겠습니까? 신은 폐하의 분부를 따를 뿐이오나 다만 깊이 헤아려 주십시오.'


- 마지막 한 문장으로 이 아뢰옴은 명령이 되어버린다. 명령이라도 이렇게 부탁으로 돌려말하는 것이 이 당시의 대화법이었음은 주지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이는 오히려 조조가 자신의 야욕을 천자에게까지 드러낼 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역으로 생각한다면 힘을 실어 명령을 하고자 할때의 화술의 좋은 예로도 생각할 수 있겠다.

p 45

어가가 허도로 출발하는 중 양봉과 한섬의 병사 중 서황이 길을 막았다. 허저를 통해 서황의 능력을 본 조조가 이를 탐내자 옛 친구 만총이 서황을 설득하고 양봉과 한섬의 목을 은근히 구하자.

'남의 아랫사람이 되어 그 주인을 죽이는 것은 큰 불의네 나는 결단코 그런 짓을 할 수는 없네.'


- 여포와 같이 모시던 사람을 죽이고 새로운 주인을 찾는 자는 필견 사람됨이 그러한 것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이익을 줄 적에 그것이 어떠한 연유로 넘어오게 된 것인가를 따져 그 사람됨을 살필 필요가 있을 것이다.


p48

이호경식

p 149
조조는 예주목으로 가있는 유비가 함께 여포를 치자는 말에 군사를 일으키려한다. 그러던 중, 동탁의 옛 장수 장제의 조카 장수가 관중에서 군사를 일으키고 허도를 엿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장수를 토벌하려다 여포르루두려워하자 순욱이
'여포는 꾀없는 무리이니 이익을 보면 반드시 기뻐할 것입니다. 명공께서는 서주로 사람을 보내시어 여포에게 벼슬을 내리시고 유비와 화해토록 하십시오. 여포는 기쁜 나머지 뒷 일은 생각않고 그에 따를 것입니다. '

p 188
조조가 원술을 치고 이에 원술이 회수를 건너 달아난다. 수춘성을 맡게 된 이풍은 성문을 닫아걸고 싸움에 응하지 않아 조조의 17만 대군은 군량이 모자란 지경이었다. 이에 조조는 창고를 보는 창관 왕후를 시켜 나눠주는 군량을 적게 하여 군사들의 분노를 쌓을대로 쌓다 죄없는 왕후의 목을 효수하여 다시금 사기를 돋운다. 뒤이어 조조는 분기탱천하여 사흘안에 성을 깨뜨리지 못한다면 모두 목을 벨것이라 말하며, 스스로 앞서 흙을 날라 구덩이를 메우고, 도망가는 장졸을 죽여버리니 결국 사기가 충만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않게 된 군사들이 성을 탈환하게 된다. 이에 조조는 원술이 만든 전각을 남김없이 불사르고 전에 없이 약탈을 허용한다.

- 여기서 이문열은 성을 탈환함에 있어 보여준 분기가 죄없는 왕후를 죽이게 만든 데 대한 분노로 보고있다. 허나 조조는 왕후에게 목을 구했을 때, 성을 탈환하는 모든 안에 생각이 미쳤을 것이다. 제아무리 비정한 조조라도 확신이 없는 일을 위해 도의를 저버리는 일을 할 까닭이 없음이다. 성을 탈환함에 있어 에너지가 필요함은 자명하고 이를 위해 조조는 분노라는 에너지를 사용하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작은 말에 실은 적은 군량으로 군사들의 분노가 쌓이기를 기다리고 그것이 충분해졌을 때라고 생각한 순간 표적을 왕후에게로 돌리고 왕후를 제거해버렸다. 이에 조조는 스스로가 분노의 선봉장이 되어 갈 곳 없게된 군사들의 분노 에너지가 원술의 성으로 향하도록 다시 한 번 방향을 틀었다. 스스로 앞으로 나서 흙을 나르고 싸움을 독려하여 군사를 이끎에는 이 분노 에너지를 부추겨 성으로 향하도록 함에 더하여 행여나 자신에게로 향할지 모를 남은 분노마저 충성심으로 바꾸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성을 탈환한 후 전각을 불태우고 약탈을 허용함까지는 이문열의 말 대로 죄 없는 부하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되도록까지 자기를 몰아간 그들 네 장소의 저항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미움 탓이었으리라. 고 볼 수도 있겠다. 이조차도 다 풀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군사들의 분노를 마지막까지 해결하고 자신에 대한 의심을 덜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라고 본다면 조조를 너무 높이 보아준 것일까